꽃이야기
Tag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나태를 일으켜
느린 걸음으로 들판을 나서니
살가운 햇살이 다가와 안긴다
집나간 녀석이 돌아온 듯
꽤나 말랑하니 유들해졌다
그래서 기다리는 일은
마음안에 꽃 한 송이 키우는 일인가보다
이제 겨울나무의 살결에는 새살..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
슬럼프를 겪게 마련이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슬럼프를 느낀다는 건
그동안 자신이 유능하게
일을 잘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떤 실적도 없이..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싶은 날은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싶은 날은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고
그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가식으로 덮여있던
마음의 껍질을 훌훌 벗어버리면
얼마나 가볍고 홀가분한지
쌓였던 슬픔조차 달아나버린다.
촘촘하게 박..
나무의 일 / 오은
나무가 책상이 되는 일
잘리고 구멍이 뚫리고 못이 박히고
낯선 부위와 마주하는 일
모서리를 갖는 일
나무가 침대가 되는 일
나를 지우면서 너를 드러내는 일
나를 비우면서 너를 채우는 일
부피를 갖는 일
나무가 합판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 까지는
그것 참..
무엇을 택하겠는가
무엇을 택하겠는가
“편한 길” 을 택하면
보이는 경치는 언제나 같고,
“즐거운 길” 을 택하면
보이는 경치는 언제나 바뀐다.
“타인” 에게 기대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자신” 에게 기대하면
두근두근하는 쪽으로 이끌린..
사랑은 아름다운 손님이다 / 김정한
사랑은 자로 재듯
정확한 날짜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
때로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때로는
눈처럼 소리없이…
때..
조금 먼 길이
조금 먼 길이
오히려 지름길일 때가 있다.
먼 길 위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때도 있다.
먼 길을 택해도 가끔은 시간이 남는다.
결국에는 같은 곳,
혹은 더 좋은 곳에 다다르게 된다.
본래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란 없다.
..
컬러를 흑백으로 바꾸기는 쉽다.
컬러를 흑백으로 바꾸기는 쉽다.
모든 색을 죽이면 되니까.
흑백은 컬러로 바꾸기가 어렵다.
죽은 색을 살릴 수 없으니.
컬러는 현재이고 흑백은 과거이다.
무언가를 흑백으로 만들기 전에
그래도 괜찮은지 한 번 더 생각하자.
지금 사람..
사랑이 슬프게 끝난 이유는 / 김인숙
가슴이
숯덩이가 될 정도로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안 보면
눈이 멀 정도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내가
..
아직 쓰여지지 않은 너에게 / 글배우
쓸모없는 바위에 앉으니
의자가 되었다
쓸모없는 벽에 기대니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세상엔
쓸모없는 건 없었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것만
있을 뿐…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에 고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이 세상에서 단 한 번뿐이라면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과 길을 걸으라면
누구와 함께 걷겠습니까?
단 하루만 살라고 하면
그 날을 어떻게 보내겠습니까?
단 한 사람만 사랑하라면
누구를 사랑하겠습니까?
단 한 마디만 하라고..
빗물 담을 그릇부터 / 고도원
기적은 빗물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는 시시때때로
하늘에서 내리지만
자기 그릇에 담지 않으면
모두 밖으로 흘러가 버리고 맙니다
그릇을 준비해야
빗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깨끗한 그릇이어야
담기는..
등대 / 김재진
이 별에 그대가 있어
생이 아름답듯
이 별에 그대가 있어
숨 쉴 수 있듯
이 별에 그대가 있어
빛나는 별이 되듯
우리는 누군가를 등대 삼아
세상이란 바다를 건너간다
비바람 몰아치는
깜깜한 바다에서
찾아낸 등대의 불빛은..
계단 / 정호승
올라오면 내려가야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있는 힘을 다해
쉬지않고 끝까지 올라왔으나
올라오면 다시 내려가야 한다
올라오는 계단이 내려가는 계단이다
내려가야 다시 봄 길을 걸을 수 있다
정상은 언제나
어두운 바람이 불고 밤에는..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행복할 때는 불행을 생각하라.
행복할 때는 불행을 생각하라.
행복할 때는 호의를 얻기 쉬우며
우정도 넘쳐흐른다.
불행할 때를 대비하여
행복을 저장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불행할 때는 행복이 더 귀중하고
모든일에서 아쉬운 법이다.
..
화살과 노래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따라갈 수 있었으랴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끝인 줄 알았더라면 / 이애경
비행기가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문제가 생겨 회향을 하거나
다른 곳에 임시로 착륙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기름을
공중에 쏟아 버리는 일이다
비행기는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를
계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