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air
한 2주 쯤 전이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왼쪽 발이 허전했다. 내려다 보니 샌들 끈이 빠져나와 발이 느슨해졌던 것이다.
불과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구입했던 중저가 신발인데다 그것도 3년 정도는 신은 것 같아 버리려고 보니 다른 곳은 큰 이상이 없었다. 집에 있던 접착제로 다른 끈들까지 다시 붙여 며칠을 신었는데 그 곳이 또 떨어져버렷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철사로 묶어 주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지난 주에는 새로 고친 이 샌들을 신고 약간의 산길을 걸어 계곡에도 다녀왔지만 아직까지 전혀 문제가 없다.
며칠전에는 식당을 나서는데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지하철 역이 멀지 않아 비를 맞고 가려는데 멀쩡하게 보이는 1회용 비닐 우산이 길에 버려져 있었다. 주워서 펴보니 손잡이 부분이 휘어져 있었지만 비를 피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집 앞에 도착하여 재활용 통에 버려려다 집에 살대가 고장난 우산이 생각나서 갖고 와서 주워온 우산 살대를 하나 잘라내어 고장난 우산을 수리해보았다.
새 것처럼 멀쩡해졌다.
이런 내 모습을 보게 되면 아내보다는 애들이 많이 싫어한다. 어떨 때는 너무 궁상맞게 군다며 핀잔까지 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빠의 변명 같은 잔소리가 이어질 때도 있다.
너희들은 아빠의 이 행복을 이해할 수가 없을 거야! 고장이 난 것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수선을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사람과 물건 사이에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나 언제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럴 때마다 그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 것인지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 거야.
이 아빠는 돈 몇 푼보다 문제 해결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이렇게 궁상을 떠는 것이란다.
REpair(수선하다)는 짝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다 버리고 새 짝을 찾는 NEW pair가 아니란다.
짝에게 문제가 생겨도 바로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여 다시(RE) 짝(pair)을 맺는 것이 수선하는 것이란다.
요즘 우리나라의 자살율과 이혼증가율이 세계 1위란다. 자기 자신의 삶이나 배우자와의 삶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REpair 하는 그 쏠쏠한 재미를 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최영도(교육사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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