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왕

겸손한 왕


[겸손한 왕]

어떤 나라에 겸손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너무도 어질고 겸손하여서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심지어 신하들에게도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처음엔 신하들도 이런 왕의 모습에 몹시 당황해 했지만 점차 왕을 비웃고 깔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신하들은 급기야 왕을 위한다는 구실로 간청을 드렸습니다.

“전하! 본시 머리는 몸의 부분에서 제일 위에 있는 부분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옵니다. 특히 전하께서는 이나라의 가장 으뜸이신데 어찌 아무에게나 함부로 머리를 숙이시나이까? 지금부터 왕의 체통을 지키십시요 “

그러나 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 초에 신하들을 불러 고양이 해골과 개의 해골 그리고 사람의 해골을 주며 궐밖에 나가 이것들을 팔아 오라고 하였습니다.

신하들을 깜짝 놀랐지만 왕의 명령이라 어쩔수 없이 이것들을 팔러 나갔습니다. 여러 마을을 돌며 신발이 닳도록 팔러 다녔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한 집에서 고양이 해골을 정월에 집안에 걸어두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사갔습니다. 그리고 어떤 집에서는 개의 해골을 걸어두면 액운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여겨 사갔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해골은 아무도 사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혐오감을 느껴 무서워하고 싫어했습니다. 신하들은 하는 수 없이 해골을 들고 왕에게 가서 해골을 팔려는 자신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해골을 팔지 못한 연유를 아뢰었습니다.

그제야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해골이 귀하게 취급을 받으려면 살아 있을때 그 속에 아름다운 것을 담아야 하고, 또한 선한 것이 그 속에서 나와야 되며, 몸의 가장 위에 있지만 항상 겸손히 고개를 숙여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네” ….

“사람이나 동물이나 죽으면 썩기는 마찬가지지, 사람은 머리가 하는 것에 따라 동물보다 더 혐오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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