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청개구리
내가 다니던 회사는 명동 근처에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명동 쪽으로 가면 늘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그들의 여행자 신분이 참 부러웠다.
그런데 내가 여행자가 되고 보니 내 눈에 들어온 건 도시 근로자였다. 아침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퇴근 이후에 동료들과 맥주 한 잔 하는 도시 근로자들.
그들의 탄탄한 일상을 보며 불안정한 여행자의 신분이 더 도드라져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것, 퇴근 후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들과의 수다.
안정된 그들의 생활이 더 좋아보이기 까지 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진리는 여행자에게도, 근로자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일을 할 땐 여행자를 보고 부러워하고, 여행을 할 땐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좋아보이는 것.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나는 남의 떡 대신 내 것에 집중하는 힘을 키우려 노력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불안정한 여행자에서 벗어나 끝까지 즐거운 여행자로 살 수 있었다. 여행자의 청개구리 심보를 걷어차버릴 수 있는 건 내 것을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인 것 같다.
-여행가 정은길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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