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담자

혼을 담자


[혼을 담자]

화성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어느 날 황제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간이 음악회가 열렸는데 비올라를 연주하는 아가씨가 그의 눈에 띄었다.

다빈치는 만찬이 끝난 뒤 그녀를 불러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대가의 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병든 오빠를 간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카테리나, 오빠는 피에트로 다리델리라는 악기공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만토바의 유명한 악기 제조공의 후예였는데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 와서 인정받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병에 들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들은 다빈치는 빈민가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뜻밖의 방문에 감격한 피에트로는 환한 표정으로 다빈치에게 새로운 악기의 설계도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비올라보다 훨씬 짧고 현이 네 개밖에 없는 전혀 새로운 악기, 이름은 바이올린이었다. 다빈치는 그의 구상에 놀라워하며 선금을 주고 그것이 완성되면 자신에게 제일 먼저 달라고 했다.

용기를 앋은 피에트로는 쇠잔한 몸을 추슬러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 새로운 악기가 완성되었을 때
그는 거의 숨이 멎을 지경으로 중태에 빠져 있었다.

다빈치는 카테리나에게 그 악기로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방 안에는 아름다운 음률이 가득 퍼졌다. 귀를 기울이던 다빈치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던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져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누워 있던 피에트로의 눈에도 아득한 미소가 번져나왔다.

그것은 마침내 명품을 창조한
장인의 만족스러움이었다. 그런데 문득 높은 음으로 옮겨가던 악기의 줄이 툭 끊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다빈치가 놀라 피에트로를 돌아보았을 때 그의 영혼은 이미 자신이 만들어낸 바이올린의 현과 함께 날아가고 없었다.

-108가지 따뜻한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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