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것의 아름다움
이탈리아의 화가인 피에르 만초니(Piero Manzoni, 1933~1963)는 스물아홉 살 때 자신의 똥을 90개의 작은 깡통에 담아 일련번호를 매긴 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예술가의 똥. 정량 30g. 원상태로 보존됨. 1961년 5월 생산되어 깡통에 넣어짐.” 그는 금의 무게와 똑같은 값에 똥 통조림을 팔았다. 배설물에 불과했던 똥은 예술가의 ‘작품’이 되었고, 그 통조림 중 하나는 근래 1억 7천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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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큰 것만을 좇는 세상이다. 큰 집을 동경하고 큰 차를 바라며 큰 마트를 간다. 큰 권력을 좇고 큰 명예를 구하고 큰 이익을 따라간다. 욕망이 커질수록 ‘작은 것’은 놓일 자리가 없다. 우리 시대의 똥은 어디에 있는가? 간이역 앞 시골 읍내, 염천교 옆의 구두 거리,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의 낡은 옷, 새벽 어스름에 밭이랑을 매는 어머니의 부르튼 손, 시골의 낡고 작은 교회 예배당, 가난한 청년의 어눌한 고백, 그리고 느릿느릿 달팽이의 움직임!
-한국고전번역원 /박수밀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미래인문학교육인증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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