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을 보면
긴 사연의 편지를 쓰며
밤을 하얗게 새우는 사람도
고이 봉한 편지 두근거리며
부치는 사람도 없는 우체통은
참 외롭습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모르는 채
하루에도 몇 번씩 매일을 주고받으며
즉석 문자메시지로
속 깊은 정마저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빨간 우체통은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우두커니 비켜선 우체통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깨알같이 적어 보내면 옛날처럼
그 자리에 선 채 반갑게 읽어주시겠지요.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 이야기
클라리넷 저음이 울려 퍼지던
연꽃 아름답던 그 공원의 추억들을 담아
약속 없이도 내 마음 건넬 수 있는
그런 편지를 써서 부치고 싶은
꼭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을 버리고 떠나라 하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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