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 전세연

도마 / 전세연


[도마 / 전세연]

도마를 씻고 보니
내 어머니 등을 닮았다
더할 나위 없이 마른 등을 내 맡기고
어떤 도마질에도 기꺼이 받침이 되어주는
묵묵한 자애로 결이 난, 등

삶의 날이 선 날
상처에 가시가 돋아나고
부서진 마음 조각이 길을 잃은 날에도
변함없는 무게와 넓이로
한껏 받쳐준다

때로 좋을 수 없는 삶이
찌든 물을 들게 하고
부딪치며 다져진 허리가 움푹 패여도
늘 그 자리서
허기진 하루를 위로하기 위해
등을 내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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