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견뎌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나무는 바람 속에서 얼마나 애가 탔을까?

그러나 결국
나무는 꽃을 바람에 되돌려 준다.
그토록 아름다운 꽃들을
겨우 몇 날 지니다가 다시 풀숲이나
흙바닥에 뒹굴게 하고 말았을 때
얼마나 가슴 아렸을까?

그러나 어떤 나무도
꽃송이를 일 년 내내 지니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욕심,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만약에 어떤 꽃이 일 년 내내 지지않고
피어 있다면, 그건 조화일 것이다.

우리가 이룬
아름답고 영예로운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간 속에 묻히게 되어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 영광과
영화로운 시간을 끌고 가려는 것은 욕심이다.

일이 이루어 지려는 데는
반드시 그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면,
멀리 못 가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을 놓아 주어야 한다.
바람 앞에 나무가 꽃을 놓아 주듯이
더 달라고 하면, 잎마저 놓아 주듯이
그렇게 놓아 주어야 한다.

-도종환, ‘모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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