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박재견

소나기 / 박재견


[소나기 / 박재견]

꼭 내가 소풍가는
날에만 내린다

꼭 내가 우산없이
걸을 때만 내린다

꼭 내가 새 양복
입은 날만 내린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너무 행복하면 슬쩍
제동을 거는 것이다

너무 행복한 어제가
오늘의 아쉬움으로

내일에 대한 희망이
불투명한 미래로

하지만 뜨거운 여름날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어느 중년의 나이에
말라가는 감성에 내리는

소나기가 있어서 삶은
살아갈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은 하나입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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