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는 울면서 핀다 / 전영탁

능소화는 울면서 핀다 / 전영탁


[능소화는 울면서 핀다 / 전영탁]

꽃이 핀게 아니라
그것은 처절한 몸부림이어라
타는 가슴은
폭염보다 더 뜨겁고
님 향한 단심은
대쪽보다 강하다

피로 쓴 연서
담장가에 묻고
죽음보다 더한 외로움
상사화를 피우니
그리움은 한이되어
구천를 헤메는데
하늘가엔 빈 바람만 불 뿐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무서리가 내려
기억은 희미해져도
네가 존재했던 진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눈물 거둔 그자리에
별들이 뜨고
가슴속 가득한 그리움
하나씩 지워갈 때
활짝 핀 꽃송이
기다림에 지쳐
찰그락 찰그락
설운 날을 토막친다

묻어 둔 설움이 클수록
꽃은 더 아름답다
비바람 불고 천둥치면
능소화는 울면서 핀다
님을 향한 절개는
바람에 잠들지 아니하고
시나브로 초록이 지쳐
매미소리 갸날프게 들릴때 쯤
선홍빛 꽃잎은
하롱하롱지고
죽어서도 못보내는 마음
적벽송하에 걸리면
짧은 사랑 긴 이별에
눈 뜬 고독이 내려앉고
능소화 치마자락에
갈곳 잃은 바람만 서성인다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