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묶이면

마음이 묶이면


[마음이 묶이면]

손발이 묶이면 불편하다.
그러나 마음이 묶이면 더없이 괴롭다.

고집이 심하면
옹고집이 되고 옹고집은
심술을 부리며 생트집을 일삼는다.

고집스런 심술이 마음을 묶는다.
마음이 묶이면 갑갑하고 애타게 된다.

제 고집은 물려 두고
남에게 고집을 버리라고 하는 사람은
칼자루가 든 파수꾼처럼 세상을 흘겨본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은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을 쥐고 있는 줄 모른다.

마음이 땟국이 묻은 거울 같아
자신의 속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없는 까닭이다.

산천에 바람이 불면
온갖 초목이 갖가지 소리를 낸다.

바람이 불고 스쳐 가면 소리는 없어진다.
산천은 바람소리를 잡아 두지 않는 까닭이다.

맑은 거울은 그림자를 잡아 두지 않는다.
앞에 서면 비추어 주고 지나가면 지워 버린다.

마음이 그렇게 되면 자유롭다.

마음이 자유를 누리려면 놓아 줄 줄 알고
버릴 줄을 알아야 하는 게다.

그러면 선뜻 홀가분해진다.

-윤재근, ‘먼길을 가려는 사람은 신발을 고쳐 신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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