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가까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
그걸 인정해나가는 과정들은 왜 이렇게 벅찰까.

옛날에는 사랑을 할 때
조금 더 과감히 모험을 택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좋아하면 솔직하게 티를 냈고,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아도
그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를 아꼈던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걸까.
사랑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게 되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수 많은 실패 요인들을 떠올리고,
혹시나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
그게 어른이 되는걸까.
미리 겁을 먹는 거,
그게 어른스러운 일인 걸까.

​사랑에 실패가 어디 있어.
이별한다고 해서
그 모든 감정이 헛수고가 되는 건 아닐거야.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기대했던 꿈들이
마냥 덧없는 시간으로 흩어지는 건 아닐 거야.
옛날엔 참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게 어른이라면
오래도록 그냥 어린애라도 괜찮아.

​갑자기, 날아온 문자 메세지 하나로
기분은 또 왜이렇게 좋은지.
비가 많이 내렸는데
전화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통화를 했는데
좀처럼 마음이 식지가 않는 거야.
일부러 집까지 가는 길을 빙 둘러 갔어.
조금 더 오래
그 순간에 머물고 싶었거든.

사랑이라는 거,
뭐라고 딱 정의할 정도로
내가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사랑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냥 뭐, 지칠 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조금 더 힘이 나고,
같이 대화하고 있으면 서로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온도를 느끼고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지도 않고
뭐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눈이 마주쳤을 때
입술을 마주하고 싶은 그런거.
그러니까 조금 더 다가갈 수밖에 없는 거.

​-김민준,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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