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꽃밭 / 한재선 

엄마 꽃밭 / 한재선 


[엄마 꽃밭 / 한재선] 
 
봄은 엄마의 호미로부터 왔다 
 
꽃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던 엄마 
 
몇해 전 홀연히 떠난
아무도 없는 빈집
듬성듬성 풀섶 사이마다
채송화 맨드라미 백일홍 봉숭아
해맑은 미소로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듯
옹기종기 피어있다 
 
엄마의 독백이 고여있는
장독대와 안마당을
환하게 밝히던 꽃들의 기억일까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을 하고서
발등에 소복이 쌓인 붉은 눈물
햇살의 문장을 뒤적이고 있다 
 
행여,
발걸음 소리에
잃어버린 웃음소리 묻어올까
지난 장맛비에 쓰러졌던 상처
뭉툭한 꽃대에 달고
마당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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