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에 나는 꽃이 되겠습니다
봄 날에
나는 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지나가는 뚝방 길에 눌러 앉아
노랗게 피어나는 개나리 꽃이
되겠습니다
겨우 내
지친 당신 얼굴에 맑은 미소 한 번
줄 수 있다면
흙 먼지 속에서도 노랗게 웃고 있는
꽃이 되겠습니다
봄 날에
나는 향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귀가하는 골목 한 편에 서서
맑은 향 뿜어내는 라일락 꽃이
되겠습니다
나른한 봄 날
당신 입에서 아 ~ 하는 외마디 탄성
들을 수 있다면
나의 진액 다해서라도
당신 위한 향이 되겠습니다
봄 날에
나는 그리움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오르는 오월 동산 골짜기에
그리움 알알이 맺힌 아까시아 꽃이
되겠습니다
울컥 첫 사랑
그리운 당신 마음에 추억의 전령사 되어
당신을 위한 옛사랑의 그리움이
되겠습니다
당신이여
봄 날에 피는 저 모든 꽃들은
당신을 위한 나의 마음 입니다
-이돈권, ‘희망을 사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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