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작굴서ㅣ羅雀掘鼠

나작굴서ㅣ羅雀掘鼠


[나작굴서ㅣ羅雀掘鼠]

○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는다
○ 羅(벌일 나) 雀(참새 작) 掘(팔 굴) 鼠(쥐 서)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는다.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당(唐)나라 천보(天寶) 말년, 장순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충직한 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주도 많고 무인답게 담력 또한 컸으며 대의가 분명한 그런 인물이었다.안녹산(安祿山)의 반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을 때, 그는 허원일이라는 자와 함께 수양이라는 곳을 수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따라 성을 지키고 있는 군사는 겨우 3천여 명에 불과하여, 10만 명이 넘는 반란군을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순은 비록 병사의 숫자면 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성을 지키려고 했다. 자신만만한 반란군들은 갖은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성을 공격하는가 하면, 온갖 회유로 항복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장순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반란군에 포위된 지 며칠이 지나자, 성 안에 비축해 놓은 군량미는 바닥을 드러냈고, 군량미의 공급도 되지 않아 점점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었다. 허기에 지친 병사들은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아 먹기도 했으며, 또 땅을 파서 쥐를 잡아 먹기도 했다.

장순은 지휘관의 입장에서 자식 같은 병사들의 몸부림을 안타깝게 여겨 자기 아내를 죽여 국을 끓여서 병사들에게 먹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악화되어 갔고, 더 이상 성을 고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침내 성으로 진격해 들어오는 반란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순이 항복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항복을 요구하는 반란군들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고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로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반란군은 그 자리에서 그의 목을 베었다. 죽음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장순의 부하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의 죽음과 바꾼 충성심에 새삼 고개를 떨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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