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페이지
누구나 나를 조금씩 들춰보고 간다
화창한 봄날 햇살이 그렇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가을
선선한 바람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헤픈 책장이 된다
지나버린 옛 페이지들을 열어주며
어린아이처럼 들뜬다
하지만 지나간 이들은
모두 나를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오히려 없었으면 더 좋았을 주석 한두 마디를 남기곤
휑하니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창가 팔랑이는 가을 나뭇잎새들이
자꾸 내 마음의 페이지를 넘기는 날
내가 건성으로 지나쳐 온
사람들의 얼굴을 오늘 다시
꼼꼼히 읽는다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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