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전혀 보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는 데는 큰 문제 없이 살고 있습니다. 나름 취미도 즐기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제 취미는 정원을 가꾸는 것입니다. 당연히 비장애인들보다 느리고 엉성하고 힘듭니다. 제가 그렇게 엉금엉금 정원을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사실 그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정원을 가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가 더 묻고 싶습니다.
촉촉한 꽃잎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잎이 무성한 싸리나무 울타리를 한 아름 끌어안았을 때 팔과 가슴에 어떤 느낌이 오는지 아시나요?
제비꽃과 개나리의 꽃향기를 동시에 맡으면 어떤 향기가 나는지 아시나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제가 가꾼 정원을 지나치며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힘든 이 세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저만 느낄 수 있는 행복입니다.
고통과 역경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나를 위한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보지 못하면 정원을 즐길 수 없다는 편견이 바로 그 축복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처 모르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이 나와 세상을 위한 참된 삶의 모습입니다.
-‘내 서재에는 책이 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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