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도 아팠지만 이별은 더 아팠다
떠나가는 네 뒷모습은
바람에 떨어지는 붉은 가을 나뭇잎의 실루엣처럼
나를 슬프고 아프게 하였다

그 어떤 사랑이든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인데
떠난 사랑의 얼룩은 오래남고 상처는 왜 이리 깊은 것인지
그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널 잊고 지울 것인지
눈물 속에 아른거리는 회색빛 너의 실루엣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정녕 가야 한다면
가는 것이 너를 편안하게 한다면
웃으며 보내줄게
사랑하니까 보내야 하는 거겠지
그리움의 이파리 가지마다 파릇하게 피어오르더라도
내 가슴에 하나 둘 묻으면 되지

이제는 꽃비 내리듯 흘러내리는 낙엽처럼
너라는 단단한 줄기에서 떨어져 나갈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될게

그래도 네가 미칠 만큼 그리우면
붉게 물든 나뭇잎에 흘림체로 라고 써서
바람에게 안부를 물을게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나를 기쁘게 해준 너를 사랑했고
너를 잠시 행복하게 해준 나를 사랑했다
내 사랑아 부디 울지 말고 편히 떠나가길
너와 나의 추억의 이력, 이젠 내 가슴에 묻을게

-김정한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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