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도 향기가 있다

지는 꽃도 향기가 있다


지는 꽃도 향기가 있다

가을들녘을

걸어본 적이 있습니까

 

화사한 옛 모습

가는 계절에 앗기고

암울한 눈빛, 처연한 몸짓으로

지난날을 하소연하는

마른 꽃의 흐느낌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잡힐 듯 말듯

스치는 얼굴 하나

이어지는 가슴앓이 슬픕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안에

나를 가두고

내려앉는 어둠속에

꽃처럼 잠깁니다

 

나를 불러 손짓하던 그대 향기

사뭇 정다운데

어디에도 없는 그대 모습은

찬바람 되어 빈 가슴을 두드립니다

– 임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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