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방울
암 투병 중인 노(老)학자가
마루에 쪼그려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 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겁고 미련한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야 너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냐.”
햇볕 내리쬐던 가을날,
노인은 집 뜨락에 날아든 참새를 보았다.
어릴 적 동네 개구쟁이들과
쇠꼬챙이로 꿰어 구워 먹던 참새였다.
이 작은 생명을,
한 폭의 ‘날아다니는 수묵화’와도 같은
저 어여쁜 새를 뜨거운 불에 구워 먹었다니···.
종종걸음 치는 새를 눈길로 좇던 노인은
종이에 연필로 참새를 그렸다.
그리고 썼다.
‘시든 잔디밭, 날아든 참새를 보고, 눈물 한방울.’
마지막 수술을 하고 병상에 누웠을 때
이어령은 작은 스케치북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참새 한 마리를 보고, 발톱을 깎다가,
코 푼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다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진 소회를
짧은 글로 적고 간혹 그림도 그렸다.
-췌장암 투병 중인 이어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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