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느껴라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느껴라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느껴라]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에는 저절로 흐르는 길이 있다.
물은 그저 그 길을 그 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지 자기의 뜻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격류 속을
순조롭게 헤엄쳐가는 묘법임을 알자.
역경을 굳이 피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갈 때
내 인생은 유유히 흘러갈 수 있다.

물고기들은 잠을 잘 때 눈을 감지 않는다.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는다.
그래서 산사 풍경의 추는
물고기 모양으로 되어 있다던가.
늘 깨어 있으라고.

나는 나뭇잎 떨어지듯
그렇게 죽음을 맞고 싶다.
비통하고 무거운 모습이 아니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기실 제 할 일 다하고 나서
미련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세상에 손 흔들며 작별하지 않는가.

슬픔은
방황하는 우리 사랑의 한 형태였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새는,
하늘을 나는 새는 길이 없더라도 난다.
길이 없으면 길이 되어 난다.
어둠 속에서도 훨훨훨,

우리도 날자.
길이 없어 걸을 수 없으면 날아서 가자.
슬픔을 앞서, 이별보다 먼저 날아서 가자.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이란 시간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지금 비록 내가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인 것을.
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또한 가지게 됨을.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아아 지금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그대는 나에게로 와서
섬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내 마음 거센 파도로 출렁일 때마다
잠겨버릴 것 같은 섬.
그리움으로 저만치 떠 있는

-이정하,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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