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의 보물
제주도 해녀들의 바다 속에는 지상의
공간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
그녀들은 그곳 어딘가에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스런 공간을 지니고 산다
조상 대대로 전해온 그 바위는 아무도
모르게 장녀에게만 상속된다
그것도 그녀가 늙어서 더이상 물질을
할 수 없을때,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 주고
오직 맏딸에게만 알려주고 간다는 것이다
평소에 그녀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않는다
집안에 큰 경사가 있을 때, 혹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왔을 때만 그곳으로 찾아들어 접시만한 전복을 듬뿍 따서 상을 차린다
그녀의 외할머니의 외할머니, 그 외할머니의 또 외할머니의 넋이 그 푸르고 깊은 바다의 바다 속에 떠돌고 있다
하여 그녀들에게 이 바위는 하나의 성소요 최후의 보루가 된다
……
큰 전복이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다
손대지 않을 뿐 아니라 얼씬도 않는다
언젠가 꼭 필요한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만이 간직한다
삶이 아무리 척박하고, 물질이 제아무리
신통찮아도, 바다 속 어딘가 감춰둔
보물 창고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등불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다
…….
바다 속에 보물을 품은지라
바다를 바라 볼 때마다 마음이
충만해 온다
당장에 다 따오면 돈이 되고
살림이 되련만, 마지막 기댈
희망마저 함께 사라질까봐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남김없이 다 켜고 나서 다시
이 바위 저 바위 기웃대는 대신,
정말 아쉬워 찾아가면 언제든지
품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줄
보물창고 하나씩 품고서 산다
-정민 ‘스승의 옥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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