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불은 무죄다.

봄불은 무죄다.


봄불은 무죄다.

봄은 겨울을 두려워하지도
여름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푸르면 푸른대로 붉으면 붉은대로
노라면 노란대로 그저 자신만의 색으로 자신만의 흥취로 취하기만 하면 된다.

누가 봄을 보았을까?
누가 봄을 느꼈을까?
오는듯 봄은 가고
느끼려면 사라진다.
봄날은 짧고도 짧다.

머물고자 하면 향기도 냄새가 되고
잡고자 하면 봄도 사막이 된다.

꽃은 짧기에 아름다움은 빛나고
봄도 짧기에 그리움이 짙다.

짧디 짧은 봄날
무엇을 두려워하고
또 무엇을 부러워 하겠는가?

산 건너 물 건너
봄을 찾아 헤매지만
봄은 멀리에 있지를 않고
또 멀리서 찾을만큼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봄을 보려거든 먼 산을 보지말고
사랑하는 이의 속가슴을 보아야 한다.

차가운 얼음 갈라지고
두근거리며 달아오르는
그 원색의 속가슴을 보아야 한다.

꽃에 나무에 물이 오르는
하늘거리는 봄날 오후엔
연상연하 구분말고
미추를 따지지 말고
여인네 손목 서둘러 잡고
들판으로 나가야 한다.

머물려는 순간 사라지고
잡고자 하면 바람뿐인 이 봄날
망설일 틈이 어디있고
눈치볼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휘청이는 이 봄날
미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고
바람나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다.

옷도 벗고 가면도 벗고
마음껏 토하고 마음껏 태워야 한다.

짧다고 피지 않는 꽃보다
이별이 두려워 피지 않는 꽃보다
나만의 향, 나만의 색으로
세상에 빛낸 꽃이 그래도 아름답다.

봄은 드러내는 것이 죄가 아니라
감추는 것이 죄다.

자신만의 색을 마음껏 발산하는 봄은
아름다운 교향악, 맑은 풍경화
위안을 주는 한편의 시다.

봄에는 잘남도 더 못남도 없다.
봄에는 빛나지 않는 꽃이 없고
빛나지 않는 사람도 없다.
봄에는 풀빛도 꽃이 된다.

봄에는
꽃도 타고
나무도 타고
여인네 입술도 타고
남정네 가슴도 탄다.

봄에 타는 모든것은 아름답다.
봄불은 무죄다.

-황태영-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