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되고 싶다

가을바람이 되고 싶다


[가을바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대에게
가을바람이 되고 싶다.

지금도 그대가
그대의 여름에 지쳐갈 때, 나는
가을바람으로 달려가서
젖은 그대의 등을 살며시
안아주는 서늘한 바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쾌속열차처럼
속도전으로만 질주하는
그대의 철길 언저리에
코스모스 꽃 한 두 송이 피어
종착역이 가까이 와 있음을
알려주는 한 점
청량한 바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서둘러
알알이 알알이
사랑이 영글지 않으면
불어오는 시린 바람 한 점에도

모든 것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임을 알려주는
그대의 귓전에 속삭이는
잠언이 되고 싶다.

-김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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