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기쁨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듭니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입니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듭니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약간의 질투와 약간의 모호성,
그것이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남에게서 전염된 기쁨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고
자기것도 되지 않습니다.
금세 잊어버립니다.

그렇지만 남에게서 전염된 행복은
오래가기도 하거니와 자기것이 됩니다.

그만큼 느리고 꼼꼼하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스스로 얻은
기쁨과 행복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빠르고 간단한 것들은
느리고 꼼꼼한 것만 못합니다.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