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려는 먼 곳을

내가 가려는 먼 곳을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처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높은 계단을 오를 때
저 위를 보고 가면
못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올라가다가 어디까지 왔나
확인해 보면,
계단 끝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주저 앉기 때문이다.

주저 앉아 언제쯤 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아예 올라가기를 포기하게도 된다.
그러나 도저히 못 갈 것 같은 순간에도
발을 쳐다보며 한 발짝 떼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그리고 계단 끝을 보며 올라갈 때는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올라가는 일 자체가 고통스러운데,
신기하게도 발을 쳐 다보고
한 발짝을 떼는데 집중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온 신경이 그저 한 발짝을 내딛는데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김혜남 /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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