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있으면 / 오광수

눈을 감고 있으면 / 오광수


[눈을 감고 있으면 / 오광수]

오늘 새벽엔
채소밭에 모인
이슬도 벌써 추운지
몸들을 서로 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까지 울어대던
벌레소리가 아니네요.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한참을 있으면
님의 모습이 희미하나마 보입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사랑하는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거라고

그래요!
내 눈에 맺혀있는
보고픔의 이슬이 더 커져서
손등에 내려앉아도
이나마 님을 봄이 행복합니다.
그냥 눈을 감고 있으렵니다.

눈뜨면 님의 모습
보이지 않을까봐 두렵습니다
왜 기다리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릅니다.
님이 나에게 어떤 분인지
그 분과 나만 아는 일입니다.

나에게
눈물의 의미를 알게 해주신 님입니다.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주신 님입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내가 말할 수 없는 희열로
감사의 고백이 나옴은
그분의 사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 이렇게 눈감고 있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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