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게 / 최남석
내가 너를
평생 놓지 못하는 것은
나를 예까지 데리고 온
너의 정직한 발걸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더할 나위 없이 네가 소중하지만
강물보다 빠른 너의 걸음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그러나 나는 네가 잰걸음일 때나 황소걸음일 때나
단 한 번도 원망한 일이 없다.
너를 부정할수록 내가 늙어갔으므로
바람 한 줄기 불어 와 쓸쓸히
낙엽을 지울 때도.
묵묵히 겨울을 준비하는 곧은 몸짓에서 나약한 나를 발견하곤 부끄럽기도 했다.
너를 따라 멀리 와 버린 지금
별빛 소슬한 고요에 누워
이렇게나마
침침해진 눈을 비빌수 있는 것도
금쪽같은 네 침묵의 덕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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