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 오광수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 오광수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 오광수]

받아볼 리 없지만
읽어볼 리 없지만
연분홍빛 고운 편지지에
그리움 가득 담아
편지를 씁니다.

​글자 하나에
당신의 미소가 떠오르고
글자 하나에
당신의 음성이 살아나서
더욱 보고픔이 짙어져가도
이젠 부칠 수 없는
편지입니다.

노란 바람같이
실려오던 노래였는데
하얀 셀레임이
앞장 서던 만남이었는데
뒷모습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파란 하늘 속으로 숨었습니다.

미우면 밉다고 하시지요
싫으면 싫다고 하시지요
가슴속에 고운 얼굴만
깊이 새겨 두곤
그냥 말없이 떠났습니다.

아지랑이 같이
떠나간 계절이 오면
연녹색 생명들의
부추김에 못 이기는 척
그리운 날에 쓴 편지들을
나만의 빨간 우체통에 넣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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