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스승과 제자


[스승과 제자]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모든 것이 부족한 때였습니다. 어떤 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부지런하며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가 있으면 어떤 명분으로든지 장학금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가 없는 시절이라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제자의 유학 생활에 대한 상태를 진솔하게 묻고 답해 주었습니다. 교수는 방학이면 학업이 다소 떨어지거나 뒤쳐지는 제자를 나라가 멀다 않고 방문해서 같이 연구하고 토론하며 그의 유학 생활을 도왔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 교육학에 정말로 유익한 획기적인 이론들이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물론 잘 연구된 논문들이 많이 발표 되었습니다. 자기충족예언과 피그말리온 효과 등 심리학적 교육에 관한 많은 이론들이 이때에 발표 되었습니다.

부산대 환경공학부 어떤 교수의 정년 퇴임식에서 축사에 이어 제자의 송공사가 있었습니다. 송공사는 아래 사람이 윗사람에게 올리는 칭찬의 축사 같은 형식입니다.

그 제자는 이 교수님 밑에서 물에 대한 박사과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그때는 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을 때였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혼기에 찬 그는 막상 결혼을 하고 싶어도 사랑하는 여자 집에서 직업도 없고 미래가 막막한 그와 결혼을 반대하여 시련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교수님은 어느 날 여자의 집을 같이 가자고 하더랍니다. 여자집에 당도한 교수님은 여자의 부모님에게 함께 무릎을 꿇고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에게 딸을 맡겨도 된다고 모든 것은 자기가 책임을 지겠다고 간곡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교수의 간절한 간청에 감동을 받은 여자 집안에서 결혼을 끝내 허락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는 취직이 되지 않고 있을 때 마침 수자원 공사에서 공채 모집이 있다는 것을 안 교수는 자그마한 프로이드 차를 직접 몰고 면접장으로 제자와 함께 갔습니다.

그리고는 면접관에게 지원자인 제자를 직접 피알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열성적인 교수님의 열정에 시험관들은 그를 당당하게 합격 시켰습니다. 그 제자는 지금 수자원 공사에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송공사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그는 눈물이 흘러 제대로 말을 이어 갈 수 없었습니다. 단지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그 교수도 유학시절 미국으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시 대학 학장에게서 교수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 자기가 하는 이 모든 것은 그 학장님의 배려에 대한 은혜의 보답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지도해주며 영적으로 이끌어주신 스승이자 멘토였던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 목사님을 불러서 모든 행사의 말미로 축도의 기도를 맡겼습니다.

머리가 하얀 미국인 목사의 영어 기도로 마친 이 퇴임식은 이 시대에 가슴에 깊이 와 닿은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심은 이런 행동으로 모습을 보여준 스승들에게 절로 우러나오는 제자의 마음에서 나온 존경심 이었을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이러한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연결 고리의 이야기가 많이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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