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저에게 늘 버리지 못한 청바지가 몇벌 있습니다. 비록 색이 바래고 헤진 청바지 이지만 다른 옷에 비해 유독 이들 청바지에 애착을 많이 가져서인지 꿰메고 수선하기를 수십번, 그리고 누비고 자동차 왕래하듯 미싱바늘 자국이 여기저기 나있는 낡고 낡은 청바지들입니다.
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겨우 다녀야 했고 졸업 후 아주 큰 봉재공장에 취직해야만 했습니다 공장에 다니는 일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단칸방에 자그마한 부엌딸린 마치 새집이라고 해야 할 만한 둥지에서 직접밥을 해먹어가며 도회지에서 자취를 하며 산다는게 너무도 힘이 들었습니다.
남들보다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한가지 옷에 대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운동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는 청바지를 좋아했습니다.
하나둘씩 찢어지는 살림에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대며 장만한 청바지는 아버지의 땀이고 어머니의 주름이었습니다. 공장에 다닐때도 그런 버릇은 여전했습니다.
저는 그때 빨래줄에 널려있는 청바지가 늘어날수록 부모님의 살림의 무게를 더 얹어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봉재공장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부설 고등학교가 있어서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쉬는 날이면 꼭 그 잘난 청바지를 입고 외출을 했습니다. 졸업하고도 공장을 계속해서 다녔습니다. 지금은 그때 배운 봉재실력으로 자그마한 수선집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공장 노는 날 외출하다 우연히 만나게된 목욕탕의 남자(때밀이)와 결혼해서 예쁜 아이도 둘을 나았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중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일이 지치고 맘이 힘들때면 그날은 저는 꼭 청바지를 입습니다. 신년 해돚이 보러 가는 날에도 저는 색 바래고 헤진 청바지를 입고 나갑니다. 그럴때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제발 그 청바지를 입지 말라고 핀찬을 줍니다. 하지만 한번도 청바지를 입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동내 친한 언니의 아저씨 작업복 청바지를 수선해 달리는 부탁을 받았을때도 요즘은 왠만한 옷은 잘 입지 않지만 그 아저씨는 몇번이고 수선해서 입는 걸 알고 그 아저씨가 꼭 친정 오빠 같아서 지날때면 일하다 뛰어나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수선집을 차린지 벌써 3년이나 되었습니다. 화요일이면 목욕탕이 휴일이라 남편이랑 꼭 산책이랑 등산을 합니다. 그때도 저는 청바지를 입습니다. 친정을 방문하는 날에도 어김없이..
오늘도 남편 휴일날 함께 산책을 하고 점심외식 한 후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위해 집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널어놓은 삘래중에서 유독 파란 청바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현듯 돌아가신 엄마 아빠에게 삶의 무게가 전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겨울의 쌀쌀한 기운을 비집고 비추는 햇살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하늘나라에서 아버지가 보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 아빠 저 지금 행복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엄마에게 잘해드리고 저 잘살께요”
-‘가슴으로 읽는 따뜻한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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