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일기

용서의 일기


용서의 일기

 

며칠 전부터 연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 써야 할지

서두를 잡지 못 한채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올 들어 부쩍, 좋은 기억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

뭔가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고 상처를 준게 아닌지

영영 안 볼 것처럼 등돌린 몇 사람들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보기 시작한다

 

한때는 다정했던 사람들

이젠 볼 수 없다는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내 탓인 것을 

그때는 어찌 남 탓만 했었던 건지

살면서 만나는 인연이 몇이나 된다고

나 잘랐다 하며 그때는 그랬는지

생각나는 사람 이름 뒤에 사연을 적어본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후회스러워서

용서를 구할 기회만 있다면 구하고 싶어

용서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했던가 며칠 전 

친 누나같이 아꼈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소리를 지를뻔했다

마음은 벌써 용서하고 있었을 텐데

내가 먼저 용기를 내지 못 한 게 아쉽다

 

별 것도 아닌일 가지고 4년이라는 세월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그 외에도 생각나는 사람 몇이 있는데

이제 내가 먼저 용서를 구해볼 생각이다

 

이름만 몇 개 적었을 뿐인데 

그들과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행복해진다

 

필작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 

무척 좋아했던 사람들

무엇이 그들과 갈라놓았을까?

 

바로 욕심일 거다

조그만 손해 본다 생각했으면

좋았던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을 텐데

지금 만나는 인연들에게 하듯이 말이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마음에 

용서하고 꼭 용서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리라 본다

잠시 여행 왔다 가는 인생, 무거우면 쓰겠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털고 가자!

용서의 일기에 쓴 이름들을 하나씩 지워보자

 

글 : 友美 김학주 (詩人)

우미의 아침 편지 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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