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그런 것 같다
살아보니 그런 것 같다
좀 바보 같은 친구가 오래 남는다는 것과
그 바보 같은 친구도 쉽게 생각하는 순간
떠난다는 것.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돈이 많아지는 만큼, 외로움도 커진다는 것.
사랑은 할수록 모르겠다는 것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 때는
내 주제를 몰랐을 때 가능했다는 것.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알지만,
그렇게 살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
이제 내 행복의 기준은 남의 시선으로 충족된다는 사실과,
그럴수록 진심 어린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남들 눈에 멋진 애인
남들 눈에 멋진 차
남들 눈에 멋진 생활
남들 눈에 멋진 직업
진짜 행복은 늘어지게 자고
초췌한 모습으로 일어난 토요일 오후,
이런 모습을 사랑스럽다 말해주며,
내가 어제 먹고 싶다 했던
김치찌개를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인데.
결국, 우린 벗어나질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남의 시선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것이고,
남들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서
물건들을 사서 입고, 타고, 모을 테지만
언젠가는 알아차리겠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은 단순히 관심이 부족해서,
나를 봐달라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돌아갈 수나 있을까?
그러기엔 너무 많이 가져버렸나.
– 손씨의 지방시 “이래서 나에게 와서 핀 꽃은 모두 시들어버렸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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