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후반전은 일상을 바꿔야 산다
인생의 후반전은 일상을 바꿔야 산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 마음엔, “이번에는 정말 신나게 놀아야지.”, “먹고 마시며 아픈 내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여행엔 끝이 있다. 긴 여행 일정을 잡고 떠난 사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웃으며 떠난 공항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 다시 돌아온 그들은 귀국하자마자 이런 생각에 빠진다.
“평생 여행하며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또 떠날 궁리를 한다.
돌아온 후에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는 건 답이 아닌 거다. 또한 끝이 있는 여행은 답이 아니다. 제대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의 여행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 떠나도 답을 찾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에서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나는 인생의 후반전에 속하는 삶은 그 사람의 두 번째 여행이자, 인생에 변화를 줄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견딜 내공과 아픔에 맞설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후반전을 아름답게 할 수 없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면 새로운 일상을 보내야 한다.
1. 새벽에 나가라.
새벽형 인간으로 살라는 말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시간이 있으니까. 다만 나는 일상을 향한 설레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아무리 늦게 자도 마법처럼 새벽에 눈이 떠진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당신의 일상도 그렇게 시작하라. 내가 가장 살고 싶은 그곳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하고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라.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공간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사람처럼 신비롭게 관찰하라.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보일 것이다. 풍경은 편집이다.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2. 공원 벤치에 앉아라.
걷지만 말고 자주 앉아라. 산책은 도착지에 가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멈출 곳을 찾기 위해 걷는 거다. 앉으면 세상이 보인다. 여기서 저기로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과 날아가는 새, 바닥을 열심히 기어가는 수많은 곤충을 바라보며, 홀로 정지한 그 순간을 즐겨라. 바쁘게 움직이는 생명, 그 중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원 벤치에 앉아 그것들을 바라보며 진정한 쉼을 즐겨라. 마음을 비우고 멈춘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가만 앉아 세상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만이, 누구보다 빠르게 뛸 수도 있다. 그대가 뛰지 못하는 이유는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3. 와인병을 들고 혼자 걸어라.
나는 가끔 작은 와인병을 들고 혼자 걷는다. 목이 마르면 아주 조금씩 목을 축이며 걷는다. 사랑하는 음악을 잔뜩 저장한 후, 그 음악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주인공이 되어서 혼자의 시간을 보낸다. 여행자가 마음을 무장해제하고 순결한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사랑하는 음악과 작은 와인 한 병으로 자유와 기쁨을 느끼는 시간을 즐겨라. 기쁨을 발견하고 안을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라. 와인이 아니라도 좋다. 술을 즐기지 못한다면, 가벼운 음료도 괜찮다. 여행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4.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라.
‘독일’, ‘프랑스’, ‘영국’, 어디로 가고 싶은가? 나는 그 나라를 경험하기 위해 굳이 그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 떠나 경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그대가 머문 곳에 앉아 그곳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외출할 때마다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해서,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해보라. 나는 매일 나의 괴테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을 즐기며 상상의 대화를 나눈다. 그가 보여주는 이탈리아에서 한낮에 커피를 즐기며 근사한 풍경화를 일상으로 그리기도 한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이동할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을 장악하라.
5. 오늘이 내가 가진 재산의 전부다.
“아,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이라고 바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나, 인생에서 멋진 일이 생겼을 때 주로 그런 바람을 갖는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사는 사람은 순간순간 멈추고 싶은 일상을 보낸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이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을 산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멋진가!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웃으며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처럼 주변 사람을 대하고, 처음 접하는 건물과 거리, 물건을 보며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라. 일상이 지루하다면 새로운 안경을 쓰라.
일상은 가장 빛나는 여행이어야 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매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상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면 가능하다. 몸이 아닌 마음이 떠나는 여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든 가능하다. 그게 바로 인생 후반전을 아름답게 보낼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루한 일상은 삶을 지치게 만든다.
매일 만나고, 매일 떠나라.
매일 사랑하고, 매일 이별하라.
일상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이다.
– 김종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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