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평전

9월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평전


[9월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평전]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무가지도 더위에 축 늘어 옴짝하지 않고, 떠돌던 흰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함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 알았습니다.

9월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 송이 피고 지지마는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9월은 저 멀리서 천천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색으로 마구 칠해 놓고 그 길 따라 천천이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푸르름이 아직 한창인데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를 맛보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옴을 알았습니다.

가을에는 아프다고들 하기에 그게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코끝에 미리 전해지는 가을 내음에 보고픔에 가슴이 미리 아프려고 하니 가을이 짙게 물들어 오면 얼마나 아파해야 할지 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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