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송가 / 전순옥

12월의 송가 / 전순옥


[12월의 송가 / 전순옥]

아무리 바람이 불고
세상은 혼탁해도
등 뒤에선 해가 뜨고 지기를

진달래 무성히 피고
뻐꾸기 길을 내던 날에도,
낙엽이 수척해진 가을날에도,
흰눈이 세상을 다 가진 날에도
이렇게 해는 또 저문다

헐겁게 담긴 많은 날들이
아쉬움을 남기며 우리 앞에
또 길게 누워있다

누구랄것도 없고
어디서 시작이랄것도 없는
가엾고 서러운 삶들이
무거운 짐 하나씩 메고 걸어왔다

살아 간다는것이
때론 상처난 삶을 데리고
때론 조각난 영혼을 이끌고 떠나는 외롭고 힘겨운 여행임에야

만만한 삶이 어디 있던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
똑같이 흐르고
주어진 소명이 달라

주름 진 세월이 머물러도
하루의 빛은 여전히 열리고

또 다시 걷는 길은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
여명을 향해 날개를 펴는 것

희망의 새날은 항상
어둠 뒤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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