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백  / 오광수

12월의 독백 / 오광수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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