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려보다

허공에 매달려보다


허공에 매달려보다

곶감 먹다가 허공을 생각한다.
우리 일생의 한 자락도
이렇게 달콤한 육질로 남을 수 있을까
얼었다 풀리는 시간만큼 몸은 달고
기다려온 만큼 이리 고운 것인가
 
맨몸으로 빈 가지에 낭창거리더니,
단단하고 떫은 시간의 비탈 벗어나
누군가의 손길에 이끌려
또다시 허공에 몸을 다는 시간
 
너를 향한 나의 기다림도
이와 같이 익어갈 수 없는 것일까
내가 너에게 건네는 말들도
이처럼 고운 빛깔일 수 없는 것일까.
 
곶감 먹다가 허공을 바라본다.
공중에 나를 매달아본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감싸는 빈 손
내 몸 말랑말랑 달콤해진다.
 

 
– 김완하 시집 / ‘허공이 키우는 나무’ 中 –

출처:문학과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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