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가 뭔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앞에 섰다. “와, 따뜻하다” 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동안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방 다른 데로 옮겨 가는 햇볕이 얄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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