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매일 뜨는 이유 / 이돈권
해가 매일 뜨는 것은
출근하기 위함이다
아침에 떠서 저녁에 퇴근하는
하루 일과이기 때문이다
해가 매일 뜨는 것은
칸트와 같은 산책을 하기 위함이다
집 안에만 있기 답답하여 하루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세상에 산책하는 일인 것이다
해가 매일 얼굴을 내비치는 것은
네가 그리워서이다
일하는 것처럼
산책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너를 보고 싶어 나오는 것이다
해도 때로는 울 때도 있다
네가 힘들어하면 해는 울기도 한다
그때마다 빗줄기 뒤에 숨어
자기 얼굴을 가리고 운다
빗자락 부슬부슬 내릴 때는
해가 추적추적 눈물 흘릴 때이고
천둥 번개 요란할 때는
해가 복받쳐 큰소리로 울고 있을 때이다
해를 찬찬이 보아라
어젯밤에도 너로 뒤척이다
불면이 거뭇거뭇 얼굴에 박혀 있다
이제부터는
해는 왜 매일 뜨냐고 묻지 말자
왜 아침이면 여명과 찬란한 희망 주고
저녁이면 노을빛 수채화를 하늘가에 펼쳐
놓으냐고 묻지 말자
해는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를 위해
오로지 너를 향하여
저렇게 하늘 높이
동그랗게 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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