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어느 토요일이었다.
“미안해. 오늘도 많이 늦을지 몰라.”
“우리 하는 일이 그렇지 뭐.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돈 많이 벌어와, 남편.”

남편은 주말에도 출근했다.
한꺼번에 몰려든 작업을 하느라 며칠째 쪽잠을 자며 일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게 무척이나 미안한지,
출근하는 남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손을 흔들었다.

남편을 보내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청소와 밀린 빨래를 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한가하게 책을 읽는 주말.
그렇게 책을 읽다가 스르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방 안은 어둑해져 있었다.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그래도 역시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고,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방 안은 어두웠고, 나는 혼자였다.
손을 더듬거리자 딱딱한 책 모서리가 만져졌다.
그 채로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다.

한참 뒤, 옆으로 돌아누웠을 때 나는 곁에 누군가 잠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
남편이었다. 남편은 이불도 덮지 않고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어렴풋이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한쪽 이어폰을 뺐다.
그러자 새근새근,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남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울컥,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그가 외로워 보였다. 사람이 이렇게 한순간에 쓸쓸해질 수가 있다니.
쓸쓸하고 외로운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앞으로 살아갈 불투명한 미래가 만져지는 것 같아 손끝이 저릿했다.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살아가겠지.
몇 번이고 텅텅 비어 낯설고 어둑해질 이 세상에서, 내가 외로울 땐 당신이 곁에.
당신이 외로울 땐 내가 곁에. 그렇게 우린 함께 살아가겠지.

가만히 남편의 손목을 잡아보았다.
손마디에 뛰는 그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오래도록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삶에 함께 있어 줘서 고맙다고…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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