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날

할머니의 장날


[할머니의 장날]

시골에서 고향을 지키며 사는 할머니가 밭에서 정성스럽게 가꾼 여러가지 채소를 장에나가 내다 팔았습니다.

할머니는 장이서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한눈에도 보기좋게 더미를 잘 묶어 놓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정성들인 유기농 채소란걸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벌써 장터에는 사람들로 이내 북적였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가격을 물어보다, 보기에도 좋은 나물과 채소가 생각보다 가격이 훨씬 싼편이라 욕심이나서 몽땅 살테니 가격을 깍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몽땅 다 한꺼번에 절대로 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장에 나온 이유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온다고 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이 흥정 할땐 못이기는척 하며 싸게 팔고 흠을 잡는 사람에게는 “내가 얼마나 정성드려 키운건데요” 라며 큰소리 치며 팔았습니다.

이래저래 만나는 사람들마다 각양 각색의 성격과 개성 때문에 할머니의 기분과 감정도 춤추듯 넘실 거렸습니다. 한마디로 할머니에게는 장사라기보다는 재미였습니다. 할머니는 이런 사람 사는 맛을 사랑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암만 천천히 팔려고 해도 오후 해가 아직 한걸음이나 남았지만 나물이랑 채소가 이미 동이나고 말았습니다.

보따리 속에 싸가지고온 도시락을 다 비운터라 주섬주섬 가벼운 봇짐을 챙겨 이곳 저곳을 구경도 다녔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친구가 참 많았습니다.

낼은 이웃 읍내의 장날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물어 가는 해도 미소를 짓는듯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가의 꽃들도 환하게 반기는듯 했습니다. 할머니는 내일 또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려는 기대감에 마음이 무척 설레었습니다. 날마다 사람들을 만나는 하루를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매일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짜증으로 보냈는지 사랑으로 보냈는지..또 하루동안 사람들을 짜증으로 만났는지 무감각으로 만났는지 아님 할머니처럼 사랑으로 만났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쩜 몽땅 다 사겠다고 한 아주머니의 유혹에 다 팔고 또다시 가져와서 빨리 또 다 팔려고 하루 하루를 욕심으로 삶을 채웠는지 자꾸만 반문해 봅니다.

모든게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보일땐 이미 너무많은 세월을 흘러 보냈을 때가 허다합니다. 하루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합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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