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한 집 / 손준석

하늘 아래 한 집 / 손준석


[하늘 아래 한 집 / 손준석]

여섯 살 철 모르는 아이와
작은 초가집 여섯 남매, 어머니를 남겨 두고
아버지만 새집으로 이사를 간답니다
춘사월
하얀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에
아담한 새집을 마련하였답니다

몰랐습니다
우리들과 어머니도 함께 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어
어머니의 눈물 흐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땡볕 여름이 가고
가을이 나뭇잎을 떨구고 하얀 겨울이 와도
아버지는 새집으로 우리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는 추운 겨우내
손이 다 트도록 안방 문고리를 잡고
보고 싶은 아버지만을 기다렸습니다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보채는
울보가 되어버렸습니다

초가집 작은 텃밭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민들레가 꽃망울을 피울 때
조팝나무 하얀 꽃 한 아름 꺾어 들고
어머니 손 잡고 새집을 찾아가는 길
신나서 산 길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곳
어머니 한숨이 떨어지듯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부서지며 날리고 있는
작은 무덤가

무덤 마당에
할미꽃 가득 피어 있는 곳이
아버지의 새집이었습니다

울며불며 아버지 내놓으라고
땅바닥에 뒹굴며 발버둥 쳐봐도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네 아버지 집이란다
어디에도, 어느 곳에도 없는
하늘 아래 한 집 밖에 없는
너의 아버지 집이란다 “

하늘 아래 하나 밖에 없는 집
그곳이 그리 애타게 가고 싶던
아버지의 새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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