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신 두 켤레
시장 가는 길,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에 목도리를 여미며 걷는데 언뜻 길가에서 털신을 파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웅크린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는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털신 한 결레를 집어들었다.
“아주 따뜻한 것이 삼천원이여” 할머니는 기쁜 듯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천 원짜리 세 장을 노인의 손에 쥐어 주고 그곳을 지나쳤다. 그런데 선뜻 사 들고 나설 때와는 달리 곧 왜 샀나 하는 후회와 함께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신지 못할 거라면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던져질텐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다시 시장으로 향했다. 차라리 털신을 할머니에게 돌려 주는 게 나을성 싶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털신을 다 팔아야 집으로 돌아갈 것처럼 마지막 남은 한 켤레의 털신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나는 “어찌해야 좋을까.. 한 켤레를 더 보태주고 가면 할머니의 발걸음은 더 무거워질텐데” 고민하며 몇 발짝 떨어져 서서 할머니를 지켜 보았다.
주위가 어두워져 상가 여기저기 불빛이 하나둘씩 밝혀졌지만 할머니는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슬그머니 털신을 놓고 지나쳐야겠다는 생각으로.털신을 비닐 봉지에서 꺼내려는 순간 할머니가 나를 올려다보고 말았다.
“새댁, 털신 살라우? 아까도 새댁 또래의 젊은 새댁이 사 갔다우. 날도 저물고 싸게 줄 테니 사구랴.”
나는 호주머니를 뒤져 겨우 이천오백 원을 만들어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제야 할머니는 하루 종일 앉아 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류장 쪽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내 손에 들린 털신 두 켤레에 눈송이가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카 스토리에서 옮겨온 글-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