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과이ㅣ秋風過耳

추풍과이ㅣ秋風過耳


[추풍과이ㅣ秋風過耳]

○ 가을바람이 귀를 스치다.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
○ 秋(가을 추) 風(바람 풍) 過(지날 과) 耳(귀 이)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해도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알아듣지 못한다. 이럴 경우 가장 알려진 말이 唐宋(당송)의 시인 李白(이백)과 蘇軾(소식)의 시구에서 유래한 馬耳東風(마이동풍)이다. 우리 속담 ‘쇠귀에 경 읽기’도 적절한 비유다. 소의 귀에 대고 경을 읽어 봐야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할 것은 뻔하다. 가을바람(秋風)이 귀를 스쳐 지나가봐야(過耳)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뜻이다.

漢(한)나라 趙曄(조엽, 曄은 빛날 엽)이 쓴 ‘吳越春秋(오월춘추)’에 나오는 이야기다. 남방의 오와 월 두 인접 국가가 서로 경쟁하며 패권을 차지하기까지 흥망성쇠를 그린 책이다. 오왕 壽夢(수몽)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막내 季札(계찰)이 인품이 훌륭하고 재능도 뛰어났다. 신의를 중시한다는 성어 季札掛劍(계찰괘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왕이 병들었을 때 형제들을 불러 놓고 장자에 계승되는 왕위를 계찰에게 물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형들도 찬성했지만 정작 본인이 완강하게 사양했다. 할 수 없이 장자가 오르고 셋째까지 계승한 뒤 다시 물려주려 하자 계찰이 말했다. ‘부귀영화란 저에게는 가을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아서(富貴之于我 如秋風之過耳/ 부귀지우아 여추풍지과이) 아무런 미련이 없습니다.’ 나타내는 뜻이 天壤之差(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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