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 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 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송순태 님 ‘지우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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