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꽃
중년의 꽃
나도 한때는 청춘의 장미였다
촉촉이 물오른 가지마다
여린 가시가 돋친 싱그런 빨간 장미
바람도 내 곁을 지날 때는 조심스러웠지
이제는 중년의 꽃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감사하며
저녁 휴식에 또 감사하며
하늘 아래, 땅으로 사는 낮은 마음으로
욕심 없는 소박한 삶의 꽃을 피우고 싶다
봄이 겨울보다 짧은 이유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에
더욱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로
내 인생의 사계절을 걸어가야 하리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안의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겉보기의 화려함보다
참 고운 인연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내면의 편안함을 지닐 수 있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그럴 수 있어’ 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
나의 다름도 이해받을 수 있으리
살아가면서
용서할 수 없는 일 또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자신을 학대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으며
나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것을
누구를 미워하기보다
아름다운 용서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장 진실한 꽃으로 피는 것이라고
장미가 아름다운 공원을 거닐며
젊은 날의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살아 있으므로 가능하지 않은가
바람이 흔들면 흔들려 주리라
비가 오면 젖어 주리라
바람 없고 비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 이 채 –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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