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가 없다 / 유안진
주어(主語)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目的語)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낱알 같은,
떨군 채 흘릴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들고 싶지 않는,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 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재하는 가벼움으로
시간 안에 살면서도
시간 밖을 꿈꾸느라고
바람이 현주소(現主所)다.
허공이 본적(本籍)이다.
별 볼일 없어 더욱 더 나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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