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을 베고

종이에 손을 베고


[종이에 손을 베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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